기묘한 꽃다발
(세 번째 사건 | 에놀라 홈즈 시리즈3)
낸시 스프링어 지음 |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2
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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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소설 # 미스터리소설
에놀라, 더 시크하고, 더 엉뚱하고, 더 활력 넘치는 기발한 소녀로 돌아오다!
요절복통 에놀라의 엉뚱함, 열정, 기발함의 끝은 어디일까?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막을 열면서 오빠의 총명함은 물론 ‘외모’까지 빼다 박은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에놀라, 1, 2권에 이어 이번 3권에서도 그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더욱더 엉뚱하고, 시크하며, 활력 넘치는 포복절도의 모습을 독자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굴뚝 청소부마냥 좁은 공간을 비집고 올라가기도 하고, 탐조등을 피해 지붕을 날아다니는가 하면, 온실 지붕을 뚫고 화초 더미에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등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모험의 진수를 선보이는 것.
평소에는 시크하기 짝이 없지만 착수할 일만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튀어나오는 이런 천방지축의 엉뚱한 모습은 ‘대자로 뒤집어 자기’, ‘좁은 박스에 들어가기’ 등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심쿵의 탄성을 절로 안기던 일본의 최고 유튜브 스타 ‘고양이 마루’를 연상시킨다. 어디 그뿐인가? 결정적으로 이번 이야기에서는 그녀만의 섬세한 추리력으로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탐정인 오빠 셜록 홈즈를 소위 ‘닭 쫓던 개’로 만들 반전과 기발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런 에놀라만의 독특한 추리력은 전편들에 이어 이번 이야기의 다음과 같은 대사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셜록 오빠는 총명했지만 미궁 같은 문제 해결에 몰두하느라 여성의 영역을 무시하는 실수를 계속 범했다. 이를테면, 진열장 유리를 두리번거리지 않는다든지, 아무리 구미가 당기는 화려한 옷과 보석도 지나쳐버린다든지, 거리의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든지…….” 여성의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던 빅토리아 시대에, 그것도 만만치 않은 홈즈 가문의 막내 여동생으로 태어난 에놀라가 오히려 그 차별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 1권의 원서를 처음 받아들 당시, 내심 역자로서 조금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 유명한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셜록 홈즈’라는 불완전한 천재의 명성에 비해 에놀라가 다소 초라하게 그려질까 봐서였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3권을 완역하고 역주의 글을 쓰는 지금, 그것이 내 기우였음을 고백한다. 오히려 지금은 감히 코난 도일의 천재성에 도전하며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통찰력으로 셜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에놀라를 창조해낸 ‘낸시 스프링어’의 기발함에 진정 어린 ‘인정의 박수’를 보낸다. 전 세계적으로 2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많은 상을 휩쓴 작가의 저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방불케 하는 수수께끼 악인 자매의 등장!
이번 이야기에서는 에놀라 홈즈만큼이나 흥미로운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는 악당들이 등장한다. 우선, 책의 첫 시작부터 정신병원에 갇힌 채 등장하는 키퍼솔트. 그는 정신병원 간수들과 싸우기도 하고, 원장의 눈을 멍들게 하기도 하고, 자기는 정신병자가 아니니 내보내달라 떼쓰기도 하고, 가만히 있다가 난데없이 헛웃음을 짓기도 하는 등 온갖 기묘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분명 이번 이야기 편의 중요한 실마리를 안고 있는 인물 같긴 한데 첫 시작부터 갑자기 등장한 그가 누구인지는 좀처럼 종잡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엔 반전이 하나 숨어 있다(그 반전이 뭔지는 매의 눈을 가진 독자가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 번째 등장인물은 이런 키퍼솔트와 어딘지 관련 있어 보이는 페르텔로트와 플로라 자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던 샹테클레르 상점주인 페르텔로트, 그리고 그녀의 숨겨진 정신병자 여동생 플로라. 이 두 악당의 면모를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파헤쳐가다 보면 왠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떠오른다. ‘이중인격’을 소재로 한 작품 중 수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에서 인정 많고 친절한 헨리 지킬 박사는 인간의 두 가지 본능인 선(지킬 박사)과 악(하이드) 중 결국 악에 지배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밤거리를 활보하는 신세가 된다.
사실 에놀라가 볼 때 악당 자매의 언니, 페르텔로트의 첫인상은 엄마가 연상될 정도로 따뜻하고 신중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왓슨 박사의 실종 사건을 캐가던 에놀라의 민감한 질문과 집요한 추적에 맞닥뜨리면서 페르텔로트의 이중성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중성은 소설 『폭풍의 언덕』에 등장할 법한 애증으로 점철된 친동생 플로라와의 관계에서 정점을 찍는다. 동생 못지않게 고단한 삶 속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플로라를 돌보며 점차 자신도 제정신이 아닌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
에놀라, 셜록의 둘도 없는 명콤비 왓슨 박사의 실종 사건에 발 벗고 나서다!
알다시피 왓슨 박사와 셜록 홈즈는 런던 베이커 가의 하숙집에서 처음 만나 살게 된 이래 오랜 인연을 맺어온 명콤비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도 왓슨 박사는 뛰어난 홈즈에게 가장 핀잔을 많이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혹자는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이런 핀잔 때문에 혹 왓슨 박사가 모자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뛰어나기 그지없는 셜록 홈즈 옆에 있다가 빚어진 촌극일 뿐, 엘리트 계층에다 잘나가는 외과 의사인 왓슨은 필시 뛰어난 지적 수준을 갖춘 인물이다.
반갑게도 이번 이야기에서 셜록 홈즈는 명콤비 왓슨의 실종 사건에 직면하면서 그간 아껴왔던 츤데레적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선 에놀라도 마찬가지다. 비록 왓슨 박사와 마주친 건 세 번뿐이었지만, 정직하고, 의리 있고, 성실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사교적이지만 선을 지키고, 무엇보다도 선량한 이 의사를 에놀라는 마음속 깊이 존경했다. 개인적으로 에놀라는 왓슨 박사를 세 번 만났다. 처음엔 왓슨 박사가 친구 셜록 홈즈를 위해 실종자를 찾는 전문가 퍼디토리언과 상담하러 왔을 때였고, 두 번째는 에놀라가 왓슨 박사에게 질문을 하러 간 날 그가 두통 진정제를 건네줬을 때였고, 세 번째는 에놀라가 부상당한 여성을 보살피기 위해 왓슨 박사를 찾아갔을 때였다.
에놀라는 이 과정에서 왓슨 박사를 누구든 도울 의지가 있는 용감하고 강인한 영국 신사의 전형으로 인정하게 됐고, 그렇게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진심으로 아끼게 됐다. 이런 에놀라의 진심이 통한 걸까? 포기할 수밖에 없는 미궁 속 사건에서 왓슨 박사를 구할 결정적 단서를 찾아낸 사람은 세계 최고의 탐정이자 왓슨과 각별한 명콤비 셜록 홈즈가 아닌, 바로 에놀라 홈즈였다.
에놀라, 좀처럼 부각되지 않던 마이크로프트의 존재감을 끌어내다!
천재 탐정인 셜록 홈즈조차도 자신보다 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로 인정한 사람이 있다. 바로 셜록의 일곱 살 터울 형이자 에놀라의 큰오빠인 마이크로프트다. 그는 유능한 인물이지만 그 능력은 정부 일에만, 관심은 자신이 자주 다니는 클럽에만 쏟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이야기 편에선 좀처럼 부각되지 않던 이런 마이크로프트의 존재감이 결정적 순간에 발휘될 예정이다.
시리즈 1권에서 처음으로 홈즈 가문의 친오빠들을 만난 에놀라. 하지만 기쁨도 잠시, 빅토리아 사회에 어울리는 여성상을 강요한 오빠들의 등쌀에 못 이겨 등 떠밀려 기숙학교로 떠나게 된 그녀는 결국 떠나는 당일 억압된 여성상에 반기를 들고 사라진 엄마를 찾아 좌충우돌 모험에 나선 터였다. 그럼에도 그나마 인간적 끌림이 있던 셜록 오빠와 달리, 마이크로프트 오빠는 사실 첫 등장부터 비호감인 인물이었다. 단안경을 끼고 볼록한 조끼에 고리 모양으로 만든 묵직한 회중시계 줄을 찬 딱히 근사하지 않은 사람, 깐깐하기로 유명한 셜록이 “에놀라, 신경 쓰지 마. 마이크로프트 형은 평소 자신의 영향권인 자기 방이나, 사무실, 디오게네스 클럽에서 벗어날 때는 영 유머가 꽝이란 말이야.”라고 핀잔을 줄 정도로 꽉 막힌 사람, 에놀라가 실종된 상황에서도 동생을 찾느라 전혀 수고하지 않은 사람, 그저 왕좌에 앉은 왕마냥 명령만 내리던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에놀라의 눈에 비친 마이크로프트 오빠였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 편에서 에놀라는 마이크로프트의 이런 모습이 완전히 잘못된 추측이었음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명백히 마이크로프트 오빠는 자신을 찾고자 했을 뿐 아니라, 엄마와 자신이 사용한 꽃의 코드를 완벽하게 익히는 데서도 셜록 오빠보다 앞서 있었고, 자신을 유인할 만한 게 뭔지를 알아채는 데도 위험천만할 정도로 앞서 있었다고 말이다. 또한 무엇보다, 결국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 에놀라 자신이 보낸 암호 메시지를 해독하고 화끈한 행동으로 화답한 사람도 바로 마이크로프트 오빠였다고…….
셜록 홈즈에게 탐정의 자질을 인정받기 시작한 에놀라!
<에놀라 홈즈 시리즈> 1권에서 셜록은 에놀라를 향해 말했었다. “겉보기에 다 자란 것 같아도 알다시피 에놀라는 아직 어린애에 불과해. 그 작은 머리로 많은 걸 생각하기는 아직 너무 버거워.” 사실 에놀라로선 이런 오빠의 말에 화딱지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에놀라는 세계 최고의 탐정 셜록 홈즈의 자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동생답게 그 말에 상처만 받고 안주하기보다 그 말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얼핏 자책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았을 게 분명한 이런 식의 혼잣말처럼 말이다. ‘내가 스스로를 가리켜 퍼디토리언이라고 불렀던가? 어림도 없는 소리! 난 종이 인형이나 오리고 있는 게 딱 어울릴 한낱 소녀에 불과했다.’
이런 자기성찰이 빛을 발한 걸까? 사실 1권에서도 에놀라는 셜록 오빠의 ‘논리적 마인드’로는 절대 모를 여성의 세계에서만 사용되는 의사소통 암호를 해독해 그를 당황시킨 바 있다. 그리고 그때에 이어 이번에는 드디어 셜록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쾌거를 이뤄낸다. 에놀라를 어린애라고 무시했던 셜록이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왓슨 박사에게 불편한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동생을 인정하는 대목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자네는 선한 사람이라 날 비난하지 않는군, 내 사랑하는 친구 왓슨. 그러나 확실히 조사해야 할 부분을 간과한 것에 대해 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네. 내 여동생이 아니었다면 자넨 지금도 콜니 해치에 갇혀 있을 거야.”
이는 바로 철부지 여동생을 여학교에 보내어 평범한 여자로 살게 하려고 했던 대 탐정 셜록 홈즈가 드디어 여동생을 탐정으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내비치는 대목이자,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에놀라를 천생 피붙이 오빠로서 감싸주는 게 분명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의 지난 이야기들을 통해 에놀라 홈즈를 응원하게 된 독자라면, 이번 이야기 편을 통해 확실한 짜릿함과 통쾌함, 그리고 책 말미에 무심한 척 동생을 챙기는 오빠의 진한 속정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 편에선 또 어떤 상큼한 매력으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에놀라 홈즈의 끊임없는 활약을 기대하며 이쯤에서 귀엽고 엉뚱한 고양이 마루 같던 그녀를 맘속에서 떠나보낸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 3권에서 요절복통 에놀라 홈즈를 다시 만나 설레었던
2019년 봄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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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스프링어Nancy Springer
낸시 스프링어는 신화적 판타지, 현대 소설, 마술적 사실주의, 공포, 미스터리라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성인은 물론 청소년과 아동을 대상으로 무려 50권에 이르는 저서를 냈다. 전 세계적으로 2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그녀는 YA 소설 『터칭 잇Toughing It(1994년)』과 『제이미 브리저Jamie Bridger(1995년)』로 에드거 어워드 최우수 미스터리상과 『라크 온 더 윙Larque on the Wing(1994년)』로 팁트리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상을 받았다. 또 그녀는 단편 소설 『말의 갈기를 땋는 소년(The Boy Who Plaited manes)』로 휴고 어워드 최우수 단편상과 네뷸라 어워드 최우수 단편상, 월드 판타지 최우수 단편상, 그리고 로커스 어워드 최우스 단편상의 후보로 선정되었다. 낸시 스프링어의 책은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일본, 이스라엘, 스페인, 터키, 브라질 등에서 번역 및 출간 되었으며, 현재 그녀는 남편과 함께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
낸시 스프링어의 다른 작품으로는 ‘로완 후드 이야기’ 편 『셔우드 숲의 도망자 소녀, 로완 후드Rowan Hood, Outlaw Girl of Sherwood Forest』, 『라이언클로Lionclaw』, 『셔우드의 도망자 공주Outlaw Princess of Sherwood』, 『와일드 보이Wild Boy』, 『마지막 장, 로완 후드 돌아오다Rowan Hood Returns, the Final Chapter』가 있고 ‘카멜롯에서 내려오는 이야기’ 편 『나는 모드레드다I am Mordred』, 『나는 모건 르 페이다I am Morgan Le Fay』가 있으며 그 밖에 ‘개구리 이야기’ 편이 있다.
‘쓰고,옮기고,펴내고’
|김진희 편집장|
|김진희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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