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
(날 설레게 한 길위의 만남들)
이현태 지음 | 도서출판 새얀 | 2018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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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여행 > 여행에세이
여행 > 해외여행 > 아시아여행일반
여행 > 테마여행 > 배낭여행
이 책의 주제어
#인도차이나반도여행 #에세이 #자기성찰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는 대한민국 중견기업에 다니는 인사담당자, 저자 이현태가 인도차이나반도 배낭여행 중에 깨달은 자기 성찰의 내용을 담백하게 담아 낸 여행 에세이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설렘과 사건으로 가득한 모험을 꿈꿔온 저자의 배낭여행, 그러나 여행 중 설레는 색다름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하나둘 참아내던 불편함은 언젠가 불쑥 고개를 들기 마련인 법.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는 유명 유적지를 친절히 알려주거나 여행 자체를 아름답게 치장한 여행서가 아니다. 오히려 낯선 장소에서 얼마든지 부딪힐 수 있는 낯선 순간과 사람과 마주할 용기를 지닌 저자가 실제 배낭여행을 통해 마주한 길 위의 현지인들, 그 과정에서 느낀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을 정리해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낸 자기 성찰 에세이다. 인도차이나반도에 대한 어느 여행서 못지않은 방대한 현지 정보와 쏠쏠한 이야기는 덤이다.
저자소개
대한민국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인사담당자. 평소 과학과 철학을 좋아하며 2010년부터 문학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나 아직 출간된 작품은 없다.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가 첫 번째 여행 에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 D. Thoreau의 ‘월든’과 요한 볼프강 폰 괴테J. W. V. Goethe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읽고 인도차이나반도 여행 중 일기를 썼는데 이것이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의 시작이었다.
도덕적인 말을 쓰지만 그렇게 착하지 않고, 낭만적인 척하지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서점을 자주 가지만 책 사는 돈을 아까워하고, 여행을 좋아하지만 정기적으로 떠나지 않는다. 언젠가 누군가는 혼자 읽으며 미소 지을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목차
| 태국 |
1.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두 발을 내딛다 | 2. 큰 배낭 하나와 작은 손가방 하나 | 3.설렘과 혼돈은 함께 다가온다 | 4. 동남아 배낭여행의 심장, 카오산 로드로 가는 길 | 5. 굵직한 식은 땀이 흘러내리던 순간 | 6. 태국에서 만난 스킨스쿠버 강사 | 7. 같은 방을 쓰던 네 남자 | 8. 여기가 터널이에요 | 9. 쌀국수가 아닌 튀긴 면 | 10. 비닐봉지에 담긴 음료수 | 11. 50대 50의 저녁 식사 | 12. 말동무가 되어 준 영국인 연인 | 13. 치앙마이로 가는 2층 버스 | 14. 동갑내기 동양인 남자 두 명 | 15. 상대방의 진정성 있는 호의에 웃음지어야 할 때 | 16. 치앙마이의 서쪽, 빠이라는 곳 | 17. 트럭을 개조한 교통수단, 성태우 | 18. 순두부가 맺어준 또 한번의 인연 | 19. 방문자와 거주자의 온도차 | 20. 고산족 마을 체험 | 21. 고산족 미얀마인 | 22. 코끼리 타기, 뗏목 타기 & 한가로운 대화 | 23. 곤욕스럽던 레프팅 | 24. 굿바이, 동갑내기 친구들! | 25. 꿈과 설렘 VS 기회비용 | 26. 나이트바자 | 27. 드디어 빠이! | 28. 현지인들과의 축구 한판 | 29. 불통 | 30. 다른 언어, 한 마음 | 31. 어이없는 상황 | 32. 내일은 각자의 길로 | 33. 미스터를 찾아서 | 34. ‘폭포’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 | 36. 빠이의 산적, 미스터 | 36. 고산족들을 위한 학교 | 37. 자유와 본능의 차이 | 38. 흙으로 만들어질 집 | 39. 천연온천욕 | 40. 이제는 죽 한 그릇을 나누어 먹는 시대가 아니다 | 41. 공정률 10% | 42. 여행에서의 만남 | 43. 뉴턴의 중력 법칙 | 44. 다가오는 빠이와의 작별 시간 | 45. 고산족의 궁핍한 삶 | 46. 평등과 다름의 의미 | 47. 인디안밥, 순순제빵 | 48.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 49. 아름다운(?) 포장 | 50. 농카이로 가는 버스 |
| 라오스 |
51. 분홍색 노끈 허리띠를 맨 프랑스인 | 52.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 |
| 베트남 |
53. 베트남으로 가는 성태우 안 | 54..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 55. 동갑내기 젊은 승려 | 56. 특별한 친절 | 57. 가죽 잠바 아저씨 | 58. 베트남 공안 | 59. 미꽝이라 불리는 쌀국수 | 60. 신이 준 음료, 콜라 | 61. 베트남계 미국인 | 62. 사랑, 행복, 희생 | 63. 빈정거림에 대한 경고 | 64.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 | 65. 나짱의 노상 식당 | 66.. 낮과 밤 | 67. 베트남 대가족의 초대 | 68. 눈치게임 | 69. 호치민 행 오픈투어버스표 | 70. 옥수수 한입 베어 물고 | 71. 호텔 주인 할머니의 배려 | 72. 드립커피 | 73. 전쟁박물관 | 74. 방탄시장에서 데탐 거리로 | 75. 앙코르와트로 가자 |
| 캄보디아 |
76. 두 시간 내내 괜한 걱정 | 77. 씨엠리엄으로 가는 길 | 78. 안전벨트 | 79. 앙코르와트 행 관광 일정 | 80. 일출 | 81. 앙코르톰 | 82. 따쁘롬 | 83. 앙코르와트 사원 | 84. 앙코르왓(Angkor What?) 술집 | 85. 배낭여행을 온 이유 | 86. 포이펫을 향하여 | 87. 댄스 삼매경 | 88. 당황스러운 호객행위 | 89. 예의 바른 독일인과 태국인 | 90. 동행의 마침표 | 91. 일상의 모습과 여행속의 모습 | 92. 저렴한 방을 찾자 | 93. 카지노, 결전의 날! | 94. 룰렛, 배팅의 여유 | 95. 사라진 운빨 | 96. 지갑만 노리는 자들 | 97. 우스꽝스러운 자해공갈단(?) | 98. 응원단 아닌 구걸꾼 | 99. 헤어질 때마다 겪는 아쉬움 | 100. 빈털터리의 거지가 강도(?)를 당할 때 |101. 그 순간이 항상 절정은 아니다 |
책 속으로
유럽에서 온 여행객과 현지 태국인에게 길을 물어 근처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지도가 있었지만 정확한 장소를 찾으려면 자주 묻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 방콕의 시내버스는 색으로 분류해 놓은 것 같았다. 나는 붉은색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붉은색 버스는 내가 공항에서 카오산 로드로 들어올 때 탔던 버스인데, 이 버스는 오래되고 에어컨이 없었다. 그저 창문을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면 바람을 쐬기 위해 창가 자리에 앉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야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아유타야로 가는 터미널에서 내려야 했던 나는 버스 안 젊은 차장에게 아유타야로 가기 위해 터미널에서 꼭 내려야만 한다고 두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자 그 차장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괜찮을 것이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나 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장소에 도착하자 모든 승객이 한꺼번에 버스에서 내리려 하는 것이었다. 버스 기사는 버스의 시동을 껐고 차장은 자신의 짐을 꾸렸다. 나는 내가 내릴 곳을 놓치고 종점까지 온 줄 알고 많이 놀란 상태였다.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차장을 바라보자, 내 시선을 알아챈 차장이 내게 다가와 여기가 터미널이라고 말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뒤에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라는 그녀의 말대로 얼른 버스에서 내려 골목을 걸었다. 고맙게도 차장은 내 말을 잊지 않았다._‘8. 아유타야로 가는 길에 만난 뚱뚱한 아저씨’ 중에서
나는 많은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에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친구사이로 보이는 두 명의 어린 여학생이 식사를 하는 식당이 믿음직스러워 나도 자리에 앉았다. 이곳에서 나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태국 본토의 팟타이를 맛보려 했다. 하지만 팟타이라고 말하는 내 발음이 좋지 않아서인지 주인아주머니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단순하게 라면과 같다고 생각하여 프라이드 누들이라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 음식을 내왔다. ‘아뿔싸!’ 잠시 후 나온 음식은 쌀국수가 아닌 라면 같은 튀긴 면이었다. 매우 느끼한 점심이었으나 다 내 잘못된 설명 탓이니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에는 제대로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_‘9. 쌀국수가 아닌 튀긴 라면’ 중에서
그는 빠이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를 말해주기도 했다. 어느 날엔 그가 밖에서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숙소로 들어가던 중 두 명의 일행이 모닥불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인사하며 지나가던 이 태국인 남자에게도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고, 그는 알겠다며 앉으려고 했다. 그러자 처음에 앉아있던 두 명 중 한 사람이 나서서 아무나 여기에 앉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제부터는 여기에 새로 앉는 사람들은 기존의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허락의 표시로 기존에 앉아있던 사람이 새로운 사람의 얼굴에 서명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런 엉뚱한 제안에 이 태국인 남자가 응하자, 기존에 앉아 있던 남자 둘은 그들의 손가락을 잿더미로 가져갔다. 결국, 이 태국인 남자의 얼굴엔 두 개의 검은 줄이 그어져 버렸다. 이곳에 앉아도 된다는 허가였다. 재미있는 점은 시간이 지나 숙소로 들어가려던 다른 사람들도 이 태국인 남자처럼 모닥불이 있는 자리에 앉으려 했다는 것이다. 결국, 각 나라에서 온 2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버렸다. 이들 모두 얼굴은 시커멓게 되어 있었고, 특히 늦게 앉은 사람일수록 검은 줄이 많아 마지막 사람은 얼굴 전체가 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_‘16. 치앙마이의 서쪽, 빠이라는 곳’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부족한 이에게 베푸는 것이 아닌, 타인의 가난과 결핍을 보며 자신의 만족을 채우는 것을 원한다.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낮은 곳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있고, 그러한 곳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은 더 나아가 이타적인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이 알아봐 주는 것에 매료된다. 그래서 더욱 누군가를 밟아야 자신이 위에 설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든 봉사가 자신의 만족을 채우는 것이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을 초라하게 해선 안 된다. 행동이 주는 의미에서 만족을 느껴야지 상대방과의 차이를 통해서 위로를 받는 건 옳지 않다. 도움을 받는 이들의 자존심을 쓸데없이 짓누를 필요는 없다._‘47. 인디안밥, 순순제빵’ 중에서
이 남자의 가죽 잠바는 내가 본 베트남인들의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 중 하나였다. 운전기사들에게선 차가움과 딱딱함으로 포장한 친절함을 보았다면, 가죽 잠바를 입은 아저씨에게선 아무리 더워도 끝까지 패션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뚝심을 볼 수 있었다. 가죽 잠바 아저씨의 모습이 다소 실용적이지 못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버스를 타고 가는 긴 여정 길에서 나를 웃게 해 준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와 가까이 앉아 있어서 그런지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을 걸었고, 중간에 들른 베트남 식당에서는 식사를 안 하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내 밥값을 대신 내줄 정도로 친근하게 대해줬다._‘57. 가죽 잠바 아저씨’ 중에서
여기 냐짱은 그녀의 고향이 아닌 듯했다. 그녀는 20년 전에 이곳에 호텔을 열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여기 냐짱에서만 살아왔다. 그녀는 젊은 시절 베트남이 아닌 외국에서 잠시 살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으며, 지금도 외국을 늘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영어를 꽤나 잘 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으로 호텔을 시작했었다. 지금은 비록 싸구려 호텔이지만, 당시에는 깔끔했으며 인기도 많았다고 했다. 그녀의 호텔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왔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녀의 기억에 남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자신이 직접 여행자가 되는 것과 여행자를 만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여행자를 맞이하는 일에선 생각했던 것만큼 즐거운 기억이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삶의 남은 시간을 무료함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_‘70.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 중에서
그사이 또 다른 두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둘 다 매우 키가 작았다. 한 사람은 왼손에 붕대를 감았고, 다른 한 사람은 몸에 맞지 않는 크고 낡은 정장을 입었다. 이 둘 또한 허름한 차림새였다.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인 사람들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랫니가 빠진 흰 바지를 입은 사람, 키가 크지만 멍해 보이는 사람, 길을 걷다 다친 듯 한쪽 팔을 붕대로 감고 있는 사람, 몸에 맞지 않은 정장을 길에서 주워 입은 듯한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여행자인 나까지 이렇게 다섯이 모여 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마치 영화에서 볼 법한 우스꽝스러운 자해공갈단 같았다. 잠시 적막이 흐른 뒤 나를 제외한 넷이서 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 아랫니가 없는 사람이 이 무리의 리더라는 걸 알 수 있었다._‘97. 우스꽝스러운 자해공갈단(?)’ 중에서
출판서 서평
흔히 우리는 ‘빨리빨리’로 통하는 시간 문화 속에 무슨 일이든 빨리 하려고 드는 경향이 있다. 또 그러다 보면 매사에 깊은 생각 없이 서투른 행동을 앞세우게 될 때도 많다. 하지만 OECD 비교대상국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대한민국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사색과 성찰이 가져다주는 유익은 실로 크다. 일찍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누구나 자기 삶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음미해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누구던가? 19세기 산업혁명의 한복판에서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한 삶을 예견하고, 월든 호숫가에서 오직 자연과 벗 삼아 깨달은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로 적잖은 충격과 울림을 선사했던 ‘월든’의 저자다.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는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발 가는 대로 거닐며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마주한 저자가 소로우의 ‘월든’과 ‘소로우의 일기’, 그리고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토대로 자아 성찰의 일기를 한장 한장 써 내려가다 만들어진 두툼한 여행 에세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저자는 소로우나 괴테 같은 천재도, 박식한 사람도, 단단한 논리가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 여행서와 달리 저자의 글에는 낯선 여행지에서 만날 법한 모든 당황스러운 상황과 만남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저자의 자기 성찰 과정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그 당황스러움과 마주하는 저자의 자기 성찰 과정이 마치 나의 것이기도 한 듯 가슴 절절히 다가온다.
◇ 유명 유적지를 친절히 알려주거나 여행 자체를 아름답게 치장한 여행서가 아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온 배낭여행. 멋진 경치도, 신기한 만남도, 색다른 음식도 너무 자주 접하면 질리는 법. 여행 중 설레는 색다름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하나둘 참아내던 불편함이 어느새 불쑥 고개를 들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는 유명 유적지를 친절히 알려주거나, 감성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매 순간의 힐링을 말하는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낯선 장소에서 얼마든지 부딪힐 수 있는 낯선 순간과 사람과 마주할 용기를 지닌 저자가 어느 순간 말도 잘 통하지 않고, 길도 익숙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밥 한 끼 챙겨 먹기 어려운 배낭여행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그 속에서 느낀 사색을 담백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 새롭고 설레는 길 위의 만남들을 통해 깨달은 자기 성찰적 사고를 담은 여행 에세이
오지나 신세계를 탐험할 자신은 없었지만, 늘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설렘과 사건으로 가득한 모험을 꿈꿔온 저자는 건강한 신체와 큰 배낭 하나, 그리고 작은 손가방만을 들고 출발해 돌아올 때까지 딱 한 번 핸드폰을 켰다. 그만큼 상세한 여정 계획 같은 건 없었고, 그저 발 가는 대로 지도를 보거나, 묵고 있는 숙소의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 여정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홀로 떠나온 인도차이나반도 배낭여행은 어느새 동행의 첫 장도, 동행의 마침표도 모두 현지인들로 채워졌다. 그렇게 현지인들과 동행하고 현지인들을 알아가면서 저자는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고, 그 자기 성찰의 사색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자신과 마주했다.
◇ 1인칭 소설을 읽는 듯 쏠쏠한 재미를 주는 현지인들과의 101가지 에피소드는 덤이다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에는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벌어지는 약간 낯설지만 일상처럼 편안한 101가지 에피소드가 쏠쏠한 재미를 주며 잔잔하게 펼쳐진다. 태국에서 만난 스킨스쿠버 강사, 말동무가 되어준 영국인 연인, 고산족 미얀마인, 코끼리 및 뗏목타기 경험, 방문자와 거주자의 온도차, 빠이의 산적 미스터, 천연온천욕, 인디안밥, 순순제빵, 동갑내기 젊은 승려, 미꽝이라 불리는 쌀국수, 호텔 주인 할머니의 배려, 앙코르와트 사원, 앙코르왓(Angkor What?) 술집, 예의 바른 독일인과 태국인, 우스꽝스러운 자해공갈단(?) 등 101가지로 구성된 이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절로 공감되는 구절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점잖은 문체와 달리 예상치 않은 웃음코드에 불쑥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참고로 ‘옥수수 한 입 베어 물고’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8년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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